IPAD, 그리고 책을 스캔 한다는 것
- 개인적인 잡담과 사설이 들어간 잡다한 이야기 (긴 잡담이 들어가 있으므로 집념을 가지고 읽어주세요)
1. 소싯적의 기억
옛날부터 책을 좋아했던 저는 어렸을 적에는 헌책방을 기웃거렸고 거기서 만나는 퀴퀴한 책 곰팡이 냄새도 그저 좋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용돈을 모아 책을 사고 또 시간이 흘러 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나니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 늘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책을 사는 행위, 책을 바라보는 행위, 책을 읽은 행위, 책이 나의 경계를 넓혀주는 기분에 사로잡혀서 하루하루가 새롭던 날들이 많았지만 이사라도 할라치면 그 어마어마한 책의 규모에 도와주러 왔던 친구들에게 욕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PDA 라는 물건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정보를 넣고 다니는 조그마한 기기였습니다. 흑백액정에 정말 개인정보만을 관리하는 장난감 수준의 기기였습니다
그 기계에 text를 넣어서 볼 수 있다고 해서 어렵사리 돈을 모아 구입하여 이곳 저곳에서 모은 자료들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액정, 오래가지 않는 배터리, 시야각의 취약점, 해상도 문제, 폰트문제, 지원하는 파일 형태가 다양하지 못함 등등.. 게다가 방전시에는 완전포맷(!!!)이 되는 WinCE 시스템이라니… 참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의 요구도 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화 되고 또 전문화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의 저는 책을 핸드폰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보곤 합니다. 물론 액정 해상도의 한계로 확대를 해서 보기도 하고 찡그리는 눈을 하곤 하지만 옛날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미국에 가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IPAD를 구입하였습니다. 9.8인치의 해상도. 책 한 권의 크기라고 생각되어 지는데 무게만 좀 가벼우면 딱 제가 생각했던 꿈의 단말기기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아이폰 3GS를 예판으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던 저는 그다지 무리없이 이 아이패드에 적응을 하게 됩니다. 처음 몇 주간은 탈옥해서 이것저것 깔아보고 이 녀석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거의 하드트레이닝에 준하는 것들을 시켰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깨닫게 됩니다. 이 녀석은 과연 아이폰을 뻥튀기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잖아.. 라고 말이죠.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떨어지는 점이 있었습니다. 카메라 기능이 없음도 그렇고 통화기능이 없음도 그랬죠. 물론… 스펙상의 차이니까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음에도 아이폰을 가지고 있던 저는 이게 아이폰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2.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일 ?
아이패드를 잘 살펴보시면 일단 커다란 화면에 오래가는 배터리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제 사견에 준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스티븐 잡스와 그의 일당이 괜히 이 크기를 (휴대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크기를) 고집했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11시간의 배터리 효율이란.. 지금까지 현존하는 (2010.10월 현재) 휴대할 수 있는 기기(노트북 포함)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녀석을 아이폰과 같이 들고 다니자니 중복되는 영역의 쓰임새가 크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이폰에서는 버거웠으나 화면이 큰 이 녀석에게서는 편한 기능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아이폰에서는 책보기가 수월치 않았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고 이것저것 찾아보니 역시나 기본으로 들어있는 ibooks도 그렇고 아이튠즈에서 어플리케이션에 직접 데이터 파일(zip, pdf, xls, doc) 을 넣을 수 있게 변경된 것을 보니 의도된 바를 이제야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이패드가 전자북 시장을 명확하게 겨냥하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동영상이나 어플 등등 그런 것들은 부가적으로 IOS 사용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부가적인 이익이라고 봐도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차이는 단순히 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저의 경험을 확장해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사용해본 각종 기기들을 되돌아 보건데 2.5인치, 4.3인치를 다 봤지만 한번에 한페이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기기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패드는 한눈에 한 페이지가 다 보이고 책을 넘긴다는 행위까지 거의 실제 책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용자의 친밀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아이패드의 가장 유일하고 명확한 존재이유가 전자책이라는 점에 대해서 확신을 하게됩니다.
3. 컨텐츠는 어디에?
이제 저는 ibooks 와 각종 어플등을 뒤지면서 이 녀석들이 지원하는 게 어떤 게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몇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의외로 국내의 전자책 시장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표준화가 100퍼센트 이뤄진 것도 아니어서 기종에 따라 별도의 포맷의 파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내 이북시장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하나 더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일명 간지나는 아이북스에서 책을 보려면 epub 파일을 구해서 사용해야하는데 이 파일이라는게 저작권문제도 있거니와 각기 자기네 프로그램에서만 동작하도록 만든 파일이라서 광역적으로 적용하기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에 저는 없으면 내가 스스로 만들기를 자처하기에 이르릅니다. 바로 그것이 스캐닝 작업을 통해서 ibooks 등 각종 어플등에서 보기가 쉽도록 만드는 것 이지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다보니 이곳 네이버 책스캔 까페를 알게 되었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4. 스캐너(fujitu Scansnap s1500) 가 도착하고 긴 여정이 시작되다.
까페에서 공구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열심히 클릭질을 하여 2차공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스캐너가 도착했습니다. 소감은 정말 작고 정말 빠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공감하시고 계신 바와 같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작은데 대해서 놀랐고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에도 놀랐습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라면 한번에 스캔이 가능한 장수의 제한이 대략 160페이지 (즉, 80여장정도) 라는 점입니다. 물론 저 숫자도 종이의 질과 두께에 따라서 안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빤질거리는 유광용지(주로 여행책, 요리책, 잡지등이 여기에 속합니다)의 경우에는 종이 걸림이 심해서 스캔에서는 별도의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아직 방법을 못찾았습니다)
제가 처음 기기를 구입하고 스캔한 책은 총 5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를 포함한 소설류였습니다. 양장이 2권이었고 나머지는 보통 두께였습니다. 재단기가 없는 관계로 일단은 보통 복사를 해주는 문구점에서 1Q84 를 재단했고 나머지 3권은 충무로의 전문 인쇄소가 있는 큰 업체를 찾아가서 재단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차이가 크더군요. 양장본의 책의 경우에는 책이 커브를 가지게 되는데 이 부분은 양장껍데기를 칼로 잘라내고 해야 합니다. 이것은 충무로나 일반 문구점에서나 같습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충무로에서는 원샷으로 처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재단기만 억단위가 넘는 놈이라고 합니다. 대략 재단만으로도 수입을 내시는 분들이니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재단한 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스캔 프로그램을 선치하고 스캔을 시작합니다. 한권이 대략 300여 페이지 정도 일때에는 옆에서 영화 한편 켜놓고 보다가 대충 10장 남으면 40장 추가 하고 뭐 그런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자 10시경 시작한 스캔이 12시쯤 되니 스캔 자체는 끝났네요. 다 끝났다고 안심을 하려는데 아이패드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게다가 아이북스용으로 변환하려니 또 “calibre” 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변환작업을 해야 하는 군요. 일단 저는 여행에 가져갈 책을 스캔하는 터라서 일단 찾기가 가능하면 대략적으로 문제가 없을 거 같아서 그냥 goodreader에 맞춰서 그냥 스캔가능한 pdf 로 만드는 데에까지만 처리 하였습니다. 진짜 작업시간은 이 작업이 다 잡아먹네요 전체 스캔시간보다 변환시간이 더 걸리다니 약간 허무하달까요. 쿼드코어 8기가램을 장착하고도 느리다는게 보이네요.
5. 재단기 구입( PK-513) 을 위해서(?) 일본에 가다.
순전히 재단기 구입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일본항공의 마일리지 소멸시기가 다가온다고 공짜로 비행기를 이용하라고 하여 엄청난 환율(1450원대, 이건 뭐 유로화도 아니고 쩝)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가게 됩니다. 일본에 가는 김에 뭔가를 사와야지 하는 생각에 찾아보니 재단기가 쓸만하다고 해서 하나 구입하기로 생각하고 일본 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이번 일본여행은 까페의 엑기스님께서 특별히 도움을 주셔서 아주 편하고 저렴하게 재단기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
재단기의 무게가 다소 무거운 가운데 세관에서 걸리면 어쩌지? 하는 고민도 했었으나 다행히 39.8킬로그램(두명합산) 으로 간신히 통과하여 인천으로 입국하였습니다.
그렇게 재단기를 가져와서 집에서 나머지 책들에 대해서 엄청난 칼질을 시작하였습니다.
재단기 사기전의 책을 포함하여 36권 정도를 스캔했습니다.
재단기의 성능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물결치듯 잘리는 부분은 어쩔수 없이 있기는 있네요.
대신 물결이라기보다는 사선형태로 약간 5’ 정도의 각도를 가지며 잘리는데 이걸 막을 방법이 있을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작두형에 비해서 안전장치도 있고 램프도 있어서 어디쯤 잘리는지 가이드가 됩니다. 그런건 마음에 드네요. 한번에 잘리는 양은 대략 120페이지 정도는 잘리는 거 같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6. 스캔, 그 이후
이제부터가 진짜 문제가 시작되네요.
스캔하고 남은 책들이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대봉투를 사다가 한권씩 각기 넣어두고 분류를 해두고 있습니다만 이녀석들을 다시 재본하기도.. 버리기도 애매합니다. 고민입니다.
그리고, 스캔된 책들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재분류를 해서 관리하는 기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두어야 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avafind 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긴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파일의 명칭을 가지고 파일을 아주 빠르게 찾아주는 프로그램인데 이제는 전체 파일들이 pdf파일 형태이고 검색가능한 pdf 인 관계로 검색가능한 찾기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대략 몇 년간은 이 pdf 파일 포맷이 유용하게 가리라 볼 수 있으니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또 모르죠 아이패드보다 혁신적인 녀석이 나온다면 그 변화에 대해서도 감안을 해두어야겠습니다.
일단 저는 dvd 백업을 한장 해두고 파일을 하드 디스크 2곳에 나눠서 보관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외장 디스크인 ucloud 에 저장을 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20기가까지 공짜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 www.ucloud.com )
10년 뒤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으나 이렇게 한다면 적어도 2~3년 정도는 무난히 버틸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아이패드를 사고, 스캐너를 사고 재단기를 사서 스캔을 하기까지의 힘들고 고단한 과정을 이렇게 글로 남기고 보니 굳이 아이패드가 아니라도 어떤 기종이든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이고 책을 스캔하는것과 읽는 것, 이 둘 사이에 주객이 전도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열심히 스캔해놓는 이유는 책을 읽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좋은 컨텐츠를 좋은 기기로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지요. 아이덴티티에서도, 갤럭시 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은(아이북스와 유사한 프로그램) 틀림없이 나올 것이고 e-ink 의 전자북체계에서도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좋은 컨텐츠가 전자화 되어 한글로 된 책들이 종이책으로, 그리고 전자책으로 1:1 비율로 나오는 날이 된다면 굳이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없어질 지도 모르지만 책장의 책들을 컴퓨터로 옮기고 보니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길고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탈자는 신고해주세요.
(다음번에는 한국의 전자책 시장에서 아이패드기종과 관계하여 어느 정도 발전하고 있는지를 한번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